육아는 기다림이다.

육아는 기다림이다

아이는 어느 날, 조용히 방 한쪽에서 그림책을 넘기고 있었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는 작은 손가락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어른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짧은 그림책일지 몰라도, 아이는 분명 그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아이가 한 글자를 읽는 데 한참이 걸리면, 부모는 쉽게 조바심을 낸다. 아이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설 때도, 그 과정을 기다려주기보다 재빨리 손을 내밀어 도와주려 한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조급히 앞으로 밀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성장에는 각자의 시간표가 있다

아이의 성장 발달에는 정해진 시간표가 없다. 어떤 아이는 말을 빨리 시작하지만, 걷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 어떤 아이는 숫자를 익히는 데는 능숙하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는 더딜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아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의 속도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모로서 가장 어려운 일은 그 성장을 기다려주는 것이다. 기다림은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넘어질 때 일으켜 세우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고, 밥을 흘리더라도 스스로 숟가락질을 익히도록 지켜보는 것이다. 기다림은 믿음의 다른 이름이다. 아이가 언젠가 자신의 시간표에 따라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

재촉은 아이를 위축시킨다

아이를 키우며 깨닫는 진실 중 하나는, 재촉은 결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아직도 못해?”
“다른 아이들은 벌써 다 하는데.”
이런 말들은 부모의 조급함을 드러낼 뿐, 아이에게는 “나는 뭔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감정을 심어줄 수 있다. 아이는 부모의 인정과 격려를 통해 스스로를 믿는 힘을 키운다. 재촉이 아니라 기다림 속에서 자존감이 자란다.

기다림이 주는 선물

기다림 끝에 찾아온 순간들은 언제나 특별하다. 아이가 처음 혼자 걷는 날, 처음 글자를 읽어 내려가는 날, 처음 “엄마, 나 혼자 해볼게”라고 말하는 날.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우리는 기다림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

육아는 기다림이다. 아이를 재촉하지 않고, 오늘도 그저 옆에서 함께 숨을 고르며 기다린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아이가 말할 것이다.
“엄마, 나 다 할 수 있어.”
그날을 위해 오늘도 조용히 기다린다.